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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뚜껑 과 가정불화

조회 수 3958 추천 수 0 2010.01.16 22:54:35
배재천 *.152.31.206

 

 

변기뚜껑 과 가정불화

 

내가 제목으로 정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짝짝이 양말을 신은 것처럼 좀 어색하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사는 동안 가장 많이 다루는 화제중의 하나인 가정이라는 단어와, 그와 반대로 그 가치로 보나 품위로 보나 도무지 글의 소재로 등장할 만한 여지가 없을 것 같은 사소한 물건인 변기뚜껑이 함께 내 글의 제목이 되었으니 몇 번을 다시 읽어보아도 여전히 궁합이 맞지 않는 두 단어가 짝하여 화두가 된 것 같다. 어디 사소하다 뿐이겠는가? 그다지 우아한 자리에 존재하는 물건도 아니요, 꼭 필요할 때 쓰고는 다시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소외된 물건이 아닌가? 그러나, 그토록 하찮은 물건에 불과한 이 변기뚜껑가정이라는 단어와 함께 글의 제목으로 까지 뜨게 된 데는 그러고도 남을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도 그냥 가정이 아니라 가정불화라는 의미심장한 단어와 함께 논하게된 연유를 여기 밝혀 본다. 

 

얼마 전에 한 가정문제 연구소에서 (미국 판 이야기다) ‘가정불화내지는 이혼으로 까지 발전한 부부싸움의 불씨가 무엇인가를 분석하여 그 중 가장 빈도가 높은 10가지를 전국 판 신문에 도표와 함께 발표된 적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그 통계에 의하면 부부싸움의 불씨 열 가지 중에서 놀랍게도 변기뚜껑이슈가 2위로 나왔고, 그 통계가 발표된 직후에 평범한 부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이 그 통계결과를 수긍한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인즉, 이야기의 주인공은 실은 변기뚜껑이 아니라 뚜껑 밑에 있는 동그란 깔개(?)를 말 함인데, 가정에서 남편이 변기를 쓰고는 이것을 다시 내려놓는 일을 잘 이행하지 않으니 아내가 쓸 때 번거롭게 뚜껑부터 내려야 한다고 남편에게 잔소리를 퍼붓고, 잔소리가 커져 급기야는 부부싸움으로 발전하게 되고, 그렇게 시작한 작은 부부싸움이 더러는 눈덩이처럼 커져 결국에는 이혼 지경으로까지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기가 차고 억장이 막힐 노릇이다. 그토록 소중한 가정이, 그리고 일생을 해로할 부부라는 관계가, 그런 소소한 일로 상처받고, 망가지고, 파경에까지 이르다니. 한 일()자로 파진 구멍 하나 딱 나있고, 뚜껑도 물통도 없이, 신문지 조각만 대못에 달랑 걸려있던, 냄새 지독한, 재래식 변소 한 채를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식구가 함께 사용하기도 하던 그 옛날에도 치사하게 화장실을 가운데 두고 부부싸움을 벌여 이혼까지 했다는 설화를 들어보지 못했거늘, 신식 변기를 포함해서 필요한 모든 것 다 소유하고 있으면서, 아니지, 필요 이상이라 할만큼 집집마다 번쩍번쩍하는 고급 화장실을 두 세 개 이상 소유하고 살면서 이런 쥐꼬리 만한 일로 싸우는 가정이 허다하다니…… 

그 뿐인가? “아이 러브 유!”를 입가에 주렁주렁 달고 사는 요즘 세대가 그 유치한 일을 키워서 이혼으로 까지 끌고 가다니 사랑은 무슨……

 

가정이라는 곳, 기쁨과 안식의 처소 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 땅에 사는 동안 내가 거할 수 있는 모든 장소 중에서 몸과 마음이 가장 평온할 수 있는 곳이 가정이고,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 서로의 가치를 존중 받을 수 있는 곳이 가정이며, 다른 곳에서 받은 육체적, 정신적 짐들을 언제라도 풀어 놓고 쉴 수 있는 곳이 가정이어야 하거늘, 나 자신도 때때로 티끌처럼 작은 일로 내 스스로가 가정을 답답하고 어두운 곳으로 만들어버리는 실수를 범하고는 후회할 때가 있다.   

 

내 책상 앞에 항상 붙어있는 시()가 있다.

        

              가정 (家庭),

        저음으로 말할 것

        잔잔하게 웃을것

        햋빛을 가득하게

        음악은 고풍으로

        그리고 목숨을 걸고

        그 평화를 지킬것.

 

짧은 현대시조이지만 근엄한 교훈을 말하고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쳐다보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할 선택의 문제라면 당연히 그 쪽을 택하리라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지만, 항상 저음으로 말하고 잔잔하게 웃는 일을 실천함은 오히려 쉽지가 않다. 가정을 기쁨과 안식의 처소로 유지하는 비결은 평소에 이런 작은 일들을 잘 실천함에 있는 줄 익히 알면서도 ……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과연 얼마나 잘 해 왔는가 되짚어 보니 왠지 가슴이 뜨끔하다. 그 일에 대해서 나는 평소에 어느 정도로 잘 실천하며 생활하는가를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결혼생활 동안, 적어도 우리부부는 변기뚜껑을 빙자해서 싸운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철저히 잘 처리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아내가 무수히 눈감아준 덕분(?)인지 잘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무러면 어떤가? 오직 중요한 것은, 변기뚜껑이란 물건은 서있건 앉아있건 그냥 화장실에 머물렀고, 감히 나의 소중한 가정을 불화(不和)하게 하는 요인이 되지 않았으니 그저 감사하면 될 일이다.

                           

가정을 가진 남성들이여, 변기두껑 사용후에는 원래대로 내려놓는 일을 더욱 열심히 챙기시라. 가정불화요인 제 2 를 제거해 버릴 수 있는 그 큰 일을, 아니 이렇게 쉽고 작은 일을, 왜 아니 하시겠는가. 마음먹기에 달렸지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 것을. 뚜껑이 얌전히 내려져 있어야 변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쓰고 나서는 다시 모든 사람의 변기로 되돌려놓고 가야 한다고 책임감을 가지시라. 그리고, 가정을 가진 여성들이시여, 남자가 그까짓 변기뚜껑 좀 세워놓고 나왔어도 대충 내리고 그냥 쓰시라. 그래도 남성들은 여성들도 쓰고 나서 남성을 위해 도로 올려 놓아 달라고 성토하지 않으니 천만다행이라 생각 하시고, 이 작은 일로 남편에게 언성 높이지 마시라. 그까짓 뚜껑 무거우면 얼마나 무거울 것이며, 내려봐야 하루에 몇 번이라고 남편과 인상 쓸만한 가치가 있겠는가. 내가 장담 하건대,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속도로 보아하니 가까운 장래에 화장실로 들어오는 사람의 성별을 자동으로 식별해서 변기뚜껑이 척척 올라가고 내려오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니, 그때까지라도 절대로 이혼하지 말고, 아니, 싸우지도 말고 그냥 모른 척 해 주시라!


라 비올라

2010.01.17 11:12:31
*.137.36.8

ㅎㅎㅎ~~재미있는 제목의 글인데 상황은 이렇게 심각할 수가 있네요...변기뚜껑이 문제가 되었지만 불화의 원인은 부부간 의사소통,즉 대화방법에 있을것같은디~~^^*~

이근광

2010.01.21 11:27:00
*.22.203.15

많은 공감이 가는 내용을 다시한번 일깨워주시니 고맙습니다.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소중한 가정이 사소한 문제로 파경을 맞는다면 하나님도 얼마나 슬프하실지... 저도 오늘부터 저에게 그 문제의 뚜껑같은 것이 없는지 살펴보고 잘 내리도록 노력하겠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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