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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자, 그대 이름은 '인간'이어라

조회 수 4172 추천 수 0 2010.08.28 12: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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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1일 Chattahoochee River at HWY 41   



연약한 자, 그대 이름은 인간이어라

                                           

은 밤, 병원 응급실에는 몇 명의 환자들이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어딘가를 심하게 다치거나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플 때 헐레벌떡 뛰어 가는 곳이 응급실 이건만,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해 놓고 보면 아무도 본인이 느끼는 만큼 응급 환자로 취급해 주지 않는 곳 또한 응급실임을 겪어본 사람은 다 안다. 소위 위급상황에도 등급이 있기 때문이다. 구급차에 에 실려 들어오는 심장마비 환자나 피를 흘리며 이미 링거를 매달고 들것에 들려오는 교통 사고 환자 등 위급한 사람들에게 먼저 순서를 내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여기까지 오게 된 사연을 이야기 하면서 지루함을 달래기도 하고, 들어주는 쪽 또한 남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며 위로 하는 마음이 될 때 잠시 자신의 고통을 잊기도 한다.  

 

침대에서 떨어 졌다는 조그만 계집 아이는 왼팔을 많이 다쳤는지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훌쩍거리며 엄마와 함께 앉아 있고, 그 바로 옆자리에 할머니의 손을 꼬옥 잡고 있는 어느 할아버지의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다.  계단에서 넘어 지셨다고 한다.  흰 붕대에 배어 나온 피를 보니 가슴이 아프다. 얼마나 아프실까…… 반대편 몇 자리 건너에는 한 사나이가 온 몸이 몹시 가려운 듯 여기 저기를 긁다가 급기야 참지 못하고 의자에서 일어 나더니 체조하듯 몸을 뒤틀며 통로를 서성인다. 피가 나거나 통증에 시달리는 것 같진 않지만 뭔가 몹시 불편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저쪽 건너편 구석자리에 건장한 미 해병 용사 하나가 군복 차림으로 앉아있다.  건장한 체구에 짧게 깎은 머리, 외모로 봐선 이런 곳에 올 일이 전혀 없어 보이는 건장한 청년이었지만, 그는 퉁퉁 부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고, 고통을 참고 있는 듯 찡그린 두 눈에는 눈물까지 고였다. 어디가 불편 하길래,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저 듬직한 군인이 저런 몰골로 앉아 있단 말인가? 가끔 한 번씩 발을 세게 구르며 이를 악물곤 하는 모습에서 수시로 음습하는 통증이 그를 괴롭히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모습을 보기가 안쓰러웠던지 대합실을 서성이며 온 몸을 긁어대던 사나이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Are you okay? What happened to you?

 

아픈 줄 뻔히 알면서 괜찮으냐고 물어보는 일은 어찌 보면 무척 어리석은 질문 같지만, 아픈 사람들 사이에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파 본 사람은 잘 안다. 동병상련同病相憐 이라고 했다. (비록 같은 병을 앓고 있지는 않아도) 아픈 사람끼리 서로 그 속사정을 물어주는 일만으로도 고통의 짐이 가벼워 질 만큼 여리고 가냘픈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농익은 토마토처럼 부어 오른 뺨을 돌려 보이며 들려준 그의 사연은 이랬다. 부대에서 모처럼 주말 휴가를 얻어 집에 왔단다. 가족과 함께 뒷 뜰에서 바배큐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벌 한 마리가 얼굴주위를 맴돌더니 느닷없이 귓속으로 날아 들었단다.  벌이 귓속을 쏘는 순간 하늘이 노래지고 피가 거꾸로 돌만큼 아팠단다. 그러나 순간에 불과했던 그 통증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되는 지옥 같은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자꾸만 귓속으로 파고 들어 가는 벌이 발톱을 움직일 때마다 마치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응급실로 달려 왔다고 한다. 지금도 몇 분에 한 번씩 그렇게 자기를 죽였다 살렸다 한다고 표현했다. 그 때마다 이렇게 이를 악물고 방바닥을 차대며 고통을 견디고 있는 중이란다. 저런, 세상에!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나이는 갑자기 자기의 귀가 막 아파옴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귀를 감싸 쥔다. 무어라 해줄 말도 없고, 도와줄 수 있는 아무것도 없다. 잠시 후, 귀에서 손을 떼면서 사나이는 생각했다. 예수 믿는 사람이 이럴 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바로 ‘기도’ 란 것이 아닌가. 치료는 의사가 하겠지만 치료받을 때 까지는 기도로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그의 옆에 앉아 눈을 감고 기도 한다.

 

“하나님! , 인간이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 지금 이 순간에 또 깨닫고 있습니다.  

어제는 컨디션이 좋아 산이라도 움직일 듯 자신만만 하다가 오늘 갑자기 독감에라도 걸리게 되면 눈꺼풀 하나도 움직이기 힘들어 하며 드러눕는 연약한 존재, 우리들 입니다.

어제같이 장래를 위해 오 년 계획 십 년 계획을 세워보고 아니, 이왕 시작한 계획이라 노후 대책까지도 설계해 볼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었건만, 오늘 급히 먹은 음식에 몹시 체해 가슴이 먹먹해 지면 십 년은 고사하고 그 날 하루 계획도 실천하지 못하고 모든 사고思考 가 마비되어 신음하는 연약한 존재, 또한 우리들임을 자백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음이 몸보다 젊어, 무거운 물건을 마구 들면서 아직은 내가 쓸 만 하다고 중얼거리며 교만한 웃음을 입가에 흘렸었는데, 오늘 별 것 아닌 물건을 들다가 그만 허리가 '삐걱' 해버리면 무거운 물건은커녕 자신의 팔도 들어올리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는 엄살꾸러기 같은 존재, 그 또한 우리 인간이 맞습니다.

미물인 벌 한 마리 때문에 건장한 체구도 무용지물이 되어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는 저 군인도 어쩔 수 없는 연약한 존재요, 녹두 알보다도 작은 약 한 알의 부작용으로 왕 두드러기가 돋아 몹쓸 피부병에 걸려 기왓장으로 온몸을 긁어대던 성경 속의 “욥” 처럼 연신 몸을 긁어대며 응급실로 뛰어온 이 사나이() 또한 그렇습니다.


오 하나님! 이곳에 온 순서로는 제가 먼저이지만 저 보다는 이 사람부터 먼저 좀 도와 주셔야겠습니다. 보는 것 만으로도 힘든 저 고통을 어찌 합니까? 저사람이 먼저 치료를 받을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이래서 인간은 항상 기도하며 살아야 하는가 보다.

이래서 인간은 하나님에게 도와 주시기를 늘 기도하며 살아야 하는가 보다.

그리고, 오늘도 온전히 살아 있음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고 “범사凡事 에 감사” 하며 살아야 하는가 보다. 나의 짤막한 인스탄트 기도가 응답을 받은 것일까? 그로부터 또 한 시간을 더 기다리긴 했지만 나보다 먼저 그의 진료 차례가 왔다.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어깨를 움츠리고 간호사를 따라 들어가는 뒷모습이 측은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하고, 또 기도하는 동안 정작 나는 온몸을 뒤틀지도, 긁지도 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고통을 위로하며 함께 아파하는 동안 나의 가려움증은 잠시 사라졌던 것이다. 이대로 영영 사라져 버리면 얼마나 좋으랴, 모르는 척 기대해 보았지만 그를 들여 보내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나니 그 고약한 가려움증이 수나미 처럼 다시 나를 덮친다.

   

“하나님. 제 기도를 들어 주셨군요. 나의 고통을 잠시 중단하게 해 주시어 그를 위로하게 해 주시었음을 믿고 감사합니다. 제 마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이제는 저를 좀 도와 주셔야겠습니다. 가려워 죽겠습니다!

 

둘러보니 남은 환자는 나밖에 없다. 이제 곧 의사가 불러 주겠지.

다시 일어나 통로를 오락가락하면서 여기저기 가려운 데를 긁는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 연약한 자 들이여, 그대(우리) 이름은 ‘인간’ 이어라…….


** 몇 년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지금은 건강합니다 **


레이첼

2010.09.06 09:17:57
*.22.203.15

고생하셨군요.

주일날만 뵈니 집사님께서 얼마나 힘드셨는지 알길이 없었습니다.

 

저도 그럴때가 있지요.

온 몸이 축~축~쳐지고 숟가락 하나 들 기운도 없어 이거...내 병이 심각한거 아닌가...하고 생각들지만 무리하지 않고 하루 이틀 쉬고 나면 다시 살아니니 남들 보기에는 제가 전혀 아파보이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

  

하나님께서 저희 인간에 이런 저런 작은 아픔들을 주시는 것은 연약한 자들이 자신의 용량을 생각지 않고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달려 가기만 하는 용량 초과의 삶에 잠시 쉬어 가라는 의미를 주시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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