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약장로교회

성약문학
  1. 사진과 글
  2. 수필

외계인(外界人) 아내

조회 수 3900 추천 수 0 2010.11.05 18:32:35

 Creek-Ravencliff-5-Low.jpg

Raven Cliff 계곡 Hiking Trail



외계인(外界人) 아내
 


문이 똑같은 사람은 세상에 단둘도 없다고 한다, 사람의 눈동자도 모두가 비슷해 보이지만 똑같은 경우는 결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요사이는 눈동자의 고유성을 이용해서 신분 감식도 한다. 차분히 살펴보면 하나님은 어지러울 만큼 복잡하고도 다양하게 모든 것을 창조하신 것 같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에 참으로 독특하고 뚜렷한 개성을 부여했음을 발견할 때마다 늘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그의 창조물 중에서도 가장 개성이 뚜렷한 우리 인간의 경우는 말로는 도무지 그 섬세함을 설명할 수 없는 걸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지문이나 눈동자 까지도 모두 독특하게 창조하셨다니!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컽모습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감정 까지도 오묘하리만큼 다르게 만들어진 두 창조물을 들자면 바로 남자와 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래 전에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란 책이 있다. 저자인 죤 그레이는 그 책에서 남자와 여자는 각기 다른 별로부터 왔고, 지구에서 서로 만나 함께 사는 외계인 부부로 표현하면서 근본적으로 서로 엄청나게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수많은 부부들이 공감하면서 미국에서만 600만부 이상이 팔린 유명한 책이 되었다. 아직 번역판이 나오지 않았을 때 어떤 일로 내가 그 책을 접하게 되었고, 어떻게 그 책이 나를 조금 더 발전한 남편의 길로 인도했던가를 뒤돌아보면 감회가 새롭다.


어느 날 저녁, 아내가 말이 없다. 평소에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이 시간에 오늘은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아내가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부엌일에만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는 그 원인을 추측 해보려는 생각에 빠른속도로 머리를 굴려 본다. 제일먼저, 내가 아내에게 화 날만한 일을 한 게 없는가 나 자신부터 돌아본다. 그 다음으로 아이들을 불러 또 엄마의 속을 썩이는 행동을 한 것은 아닌가 확인해 보고, 그런 일들이 아니라면 행여나 요즈음 내가 무관심 했던 은행잔고가 바닥날 위기에 처한건 아닌지, 수표 책을 슬쩍 들여다보기도 한다. 주로 이런 일들이 그 사람의 기분을 우울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믿으니까그날은 이것도 저것도 집히는 게 없다. 그래도 궁금하니까 단도직입으로 본인에게 물어 보는 수 밖에.


“ 당신 오늘 왜 그러우?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구먼, 무슨 일인지 내게 말해보지 그래? ”


그래도 대답이 없다. 남편의 마음은 무거운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더 불안하고 답답해진다


“ 이 보시오, 대단한 일이 아니라면 이제 그만 넘어 가든가, 아니면 내게 털어 놓고 이야기라도 하지, 언제까지 그렇게 입만 내밀고 있을 거요, 도대체 무슨 일이오?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고 안 쓸 수 있소? 한 집에서 당신이 그러고 있는데…… ” 


결국은 무엇이 아내의 기분을 가라앉게 했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그 밤이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아직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출근하는 내 손에 아내가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들려 준다. 어디서 구했는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의 저자가 책의 내용을 직접 낭독한 녹음 테이프였다. 왜 뜬금없이 이 테이프를 들으라는 걸까 궁금해 하며 듣기 시작했다. 내용인즉, 저자 자신의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들이 대부분의 다른 가정에도 늘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는 그 상황과 원인을 꾸밈없이 파헤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자신과 아내 사이에 있었던 실제 상황들을 솔직하게 예로 들고, 대부분 갈등의 시초는 남자와 여자의 지극히 다른 의식구조와 사고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며 갈등이 점화되는 순간부터 폭발(?)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심층분석하고, 어떻게 그 다른 점을 잘 배려하여 융화의 물꼬를 틀 것인가 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 테이프 내용에 심취해 평소에 지루하던 출근길이 오히려 아쉬울 만큼 후딱 와버린 느낌이었다. 남은 반을 마저 들을 생각에 퇴근시간 또한 얼마나 기다려 지는지.  

저자의 부부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갈등의 경험을 섬세하게 언급할 때는 마치 우리의 생활을 옆에서 지켜보고 흉내를 낸 듯 그렇게 비슷할 수가 없다. 저자 왈, 아내가 우울해져 있는 날은 대개 남편들은 왜 그러느냐고 다그쳐 묻기도 하고, 이제 그만 기분을 풀라고 재촉한단다. 돌아보니 바로 어제 내가 한 행동이 아닌가! 그럴 때는 그냥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해주고 아내에게 시간의 여유를 주란다. 아내가 다행히 말을 꺼내면 끝까지 잘 들어 주고, 이야기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흥분해서 어떤 결론을 내리거나 문제해결의 처방을 제시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했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내가 가끔 그랬었는데. 아내의 이야기를 다 들어 보지도 않고 혼자 흥분해서,


아니 그 사람이 당신한테 그랬다고? 진작 말하지! 당장 내가…… ”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이 녀석들, 지금 어디 있지?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말할때가 많았는데. 그쯤에서 아내는 벌써 하던 이야기를 중단해 버린 줄도 눈치채지 못하고 말이다. 또 하나, 아내가 어느 날 피곤해 보이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호소하면 어디가 아프냐, 얼른 병원에 가보라, 검사를 해보라, 직장 일이 힘들면 당장 그만두는 게 어떨까? 이런 권유를 늘어놓아 그러지 않아도 피곤한 아내를 더 골치 아프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 ! 그건 또 어떻게 알았지? 내가 가끔 그랬었는데? 아내가 몸이 아프다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걱정부터 앞서 나의 머릿속에는 어느병원엘 데려갈까?, 어떤 의사를 찾을까?, 무슨 검사를 해보자 할까?, 등등 마치 다친 곳에 얼른 일회용 반창고를 찾아 붙이듯 지극히 현실적인 조치에 관한 단어들만 떠올랐는데, 정작 아내가 필요한 것은 나 같은 돌파리 의사(?)의 진찰도 아니요, 일회용 반창고는 더욱 아니요, 그냥피곤해서 남편에게 엄살이나 좀 부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런 생각에는 근처에 가 보지도 못한 채 말이다.



이렇게 아픈 데를 적나라하게 꼬집은 다음 그는 금성녀 들의 특징에 대해서 귀띔을 해 준다. 그녀들은 이럴 때 따끈한 차라도 함께 나누면서 남편에게는 비록 자질구레한 넋두리로 들리는 이야기일지라도 귀 기울여 들어주고, 내일이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니 걱정 말고 오늘은 푹 쉬라고 격려해주는 말 한마디, 그리고 고생 많았다고 등을 토닥이며 안아주는 포옹 한번으로 그 날의 피곤함이 회복되기도 하고 우울했던 기분이 거짓말처럼 밝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거 참, 저자가 제시하는 비법이 신선한 충격이되어 다가오기도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와 다른 별에서 온 사람으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화성에서 날아온 남자가 딴 별에서 온 여자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랐다. 자기 딴에는 아내의 건강이 걱정스러워 병원부터 생각했지만 정작 금성녀가 기대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는걸 통 몰랐으니, 병이 나서 아픈게 아니라 가끔 그냥 마음이 우울하고 허전해서 남편에게 지긋이 기대어 위로 받고 싶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 날 이후로 나는 금성에서 온 아내를 조금씩 더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배운 대로 실천해 보면서 '그 말이 맞다!' 라는 결론에 도달할 때가 많다. 요즈음은 들어주는 시간이 전보다 많이 길어졌다. 원래 나보다 말이 적은 아내이지만 그나마 성질 급한 화성남이 뚝뚝 잘라먹고 결론만 내려대는 경우가 허다했으니, 살아오면서 아내는 얼마나 여러 번 금성으로 돌아가 버리고 싶었을까? 지금까지 내가 해 오던 생각이나 습관을 바꾸기가 식은 죽 먹듯 쉽진 않지만 다른 별에서 온 아내에 대해서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나이도 들어가는데 더욱 화목한 둘 사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최근에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을 구해서 읽었더니 전보다 더 자주 머리가 끄덕여진다다. 그동안 부부의 경륜도 더 쌓였지만 그보다도 10년이 넘게 그 책에서 배운 대로 조금씩 노력해 오는동안에 겪었던 성공과 실패, 시행착오의 내용들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기 때문인것 같다. 아직도 외계인 아내에 대해서 더 알아야 할 다른 점이나 흥미로운 점이 많다. 아니, 지금까지도 몰랐던 또 다른점을 발견하게 될 가능성은 항상 있다. 그래서 그 차잇점을 발견할 때 마다 서로 맞추어가는 노력은 평생 계속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내가 외계인이니 그녀 쪽에서 보면 나 또한 외계인이다. 그래서 외계인 남편’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있다.  


다음 편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외계인(外界人) 아내 file

Raven Cliff 계곡 Hiking Trail Normal 0 false false false EN-US KO X-NONE <style> /* Style Definitions */ table.MsoNormalTable {mso-style-name:"Table Normal"; mso-tstyle-rowband-size:0; mso-tstyle-colband-size:0; mso-style-noshow:yes; mso-st...

  • 조회 수 3900

연약한 자, 그대 이름은 '인간'이어라 file [1]

2010년 8월 21일 Chattahoochee River at HWY 41 연약한 자, 그대 이름은 ‘인간’이어라 늦 은 밤, 병원 응급실에는 몇 명의 환자들이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의의 사고로 어딘가를 심하게 다치거나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

  • 조회 수 4170

호떡처럼 보이던 보름 달

호떡처럼 보이던 보름 달 아틀란타의 하늘이 눈에 뜨일만큼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다운타운이 그렇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 새로울 것도 없지만 요즘 들어서는 외곽 주택지대의 하늘도 언제나 누르스름한 먼지로 덮여 있었다. 내가 좋아하며 수시...

  • 조회 수 3585

변기뚜껑 과 가정불화 [2]

변기뚜껑 과 가정불화 내가 제목으로 정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짝짝이 양말을 신은 것처럼 좀 어색하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사는 동안 가장 많이 다루는 화제중의 하나인 ‘가정’ 이라는 단어와, 그와 반대로 그 가치로 보나 품위로 보나 도무지 글의 소재로...

  • 조회 수 3946

새해 아침에 - 무엇이 새로운가? [2]

무엇이 새로운가? 어제 지던 해가 오늘 다시 떠오를 것이고, 어제와 같은 공기로 숨쉬며 또 내일을 살아갈 일이 분명한데, 이제 곧 새해 첫날의 휴식이 끝나고 내일이면 다시 일터와 가정을 오가며 분주하게 하루씩을 살아갈 일상이 불을 보듯 뻔하기만 한데,...

  • 조회 수 3705
X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아이디가 없으신 분은

회원가입 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X